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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전철 내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두리번거리며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심을 감상하던 중 어느새 트랜짓센터가 있는 Roma St. 역에 도착한다. 1층은 전철역, 2층은 음식점, 3층은 버스터미널로 구성된 이 트랜짓센터는 브리즈번 교통의 중심지라고 한다. 골드코스트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가던 중, PC방이 보인다. 시간나면 한번 들어가보도록 하고 발걸음을 서둔다.
"4시에 허비베이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전에 골드코스트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시간이 어떻게 되죠?" "버스로 가면 거기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네요.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요."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시티트레인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어요. Nerang 역에서 버스로 환승해서 가는 건데 1시간 30분쯤 걸립니다."
예상과 딱 맞아떨어졌다. 사실 내 일정에 비해서 둘러 보아야 할 곳이 상당히 많았기에 여행 스케줄이 촘촘했다. 현지 교통편 문제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일정을 가감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말했듯이 첫날의 이 일정이 내 여정중 가장 빡빡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시간표를 확인해 본 결과 잘못되면 골드코스트를 방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허비베이로 갈 상황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랴부랴 국제 면허증까지 만들어 놓았었다. 하지만, 여기는 생전 처음 와본 호주였고 더군다나 운전석마저 한국과 반대인 오른쪽이다. 하나 대안책으로 마련해 놓았던 것이 시티트레인을 타고 골드코스트로 가는 방법이었는데, 역시 내 예상이 적중했다.
다시 Roma St. 전철역으로 들어가서 골드코스트행 열차를 기다린다. 전철이 방금 떠나버려서 30분 정도 여유 아닌 여유가 남았다. 자 플랫폼에서 사람들을 하나 둘 구경해볼까. 자판기에서 한번 마셔 보고 싶었던 바닐라 콜라를 한병 꺼내들고, 의자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수요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지금, 현지인들은 출근시간이리라. 핫도그를 하나씩 입에 물고 걸어다니는 사람들, 무언가 열심히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여학생, 아 저기 한국교포 같아보이는 사람인 듯 한데 말이나 걸어볼까. 이 사람들도 출근할때의 표정들은 그렇게 밝지는 못하구나. 다들 지겨운 일상의 반복에 대해 무덤덤해보이는 것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같을 건 같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내가 영어를 못하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곳 호주 영어는 알아듣기가 참으로 힘들다. 'okay'를 '오카이', 'eight'을 '아잇', 등 'a' 발음은 무조건 '아' 이다. 게다가 액센트도 미국보다는 영국에 가까워서 여간 귀를 쫑긋하지 않고서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첫날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sorry?' 또는 'pardon?' 이었으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것이리라. 영어공부 헛한것 아니냐는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으니 나 자신에게 조금은 미안스럽기까지 했다. 대충 감으로, 또는 중요한 단어 몇개만으로 짐작해야 할만큼 신경을 곤두세운지라, 게다가 호주 오는 비행기 내에서 계속 선잠을 잤었기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전철안 창가 자리에서 난 썬글라스를 끼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 이러다 내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잠시, 너무나 평화롭고 한가한 호주의 풍경들이 졸음에 절은 실눈 사이로 철컥철컥, 규칙적인 레일 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열차는 Nerang역에 도착했고, 환승을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나선다. 야, 예쁘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런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가 아닌, 나즈막한 발판에 알록달록한 손잡이가 붙어있는 예쁜 버스다. 흡사 공항 계류장에서 게이트까지 승객들을 데려다 주는 공항버스와 비슷한 모양새라고나 할까. 더군다나 이 사람들은 이런 버스에 지정된 숫자의 입석승객이 모두 타게 되면 그후엔 일체 승객을 태우지 않는다고 한다. 승객이 가득 차는 경우도 별로 없거니와, 안전을 위해서 초과하여 태우지도 않으며, 뒷차를 기다려야 하는 정류장 승객들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땅이 넓고, 자원이 풍족한 나라의 국민성은 우리나라와 무척이나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끔 만든다. 첫날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구나.
 Nerang역에서 환승한 버스속에서 한장.
 서퍼스 파라다이스 도착!
30분 정도, 그림같은 빌라와 호텔을 지나쳐서 골드코스트의 중심지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 해변가라 그런지 해가 점점 올라오니 이제는 제법 덥다. 입었던 외투를 다시 가방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본다. 모든 건물들, 거리들, 사람들이 낯설긴 하지만, 재미있다. 이곳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세계최고의 파도를 자랑하는 휴양지이다 보니까 각종 호텔, 펜션, 기념품 상점들이 빼곡하다. 그중에 한 사거리 부근에는 반갑게도 한국어로 적어놓은 상점까지 보인다. 나무들은 대부분 야자수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서핑보드, 썬글라스, 비치웨어 일색이다. 겨울철이긴 하지만 브리즈번은 위도상 적도와 가까워서 온화한 날씨를 보여준다. 이정도 날씨면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해도 그렇게 춥진 않을 듯 싶다. 중앙 거리를 지나서 드디어 백사장에 도착했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서퍼스파라다이스라고 분명히 적힌 아치 뒤로 거대한 해변이 펼쳐진다.

수영을 거의 못하지만 천성이 원체 바다 보기를 좋아하는지라 군복무중에도 휴가 때만 되면 바닷가를 방문하곤 했다. 고향이 부산이라 집에서 1시간만 가면 해운대, 광안리, 송정 해변까지 갈 수 있기에 늘 답답하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바다를 찾곤 했다. 백사장에 앉아서 사람들 즐기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그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혼자 떠났기에 나와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긴 하지만, 그렇게 백사장에 앉아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재미났다. 더군다나, 여기는 70마일이라는 거대한 백사장이 길게 이어진 호주의 세계적인 관광지 골드코스트가 아니더냐. 마치 해운대 해수욕장을 딱 100배정도 부풀려놓은 것 마냥, 백사장 남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해운대같다. 뒤로는 야자수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고층 빌딩들이, 앞으론 사람 키만한 파도위에서 날아다니는 서퍼들이, 그리고 이곳 백사장에선 비치타올을 깔고 마냥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파도 언저리에서 발 담그며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조화롭게 바다를 꾸며주고 있다.
자, 참을 수 없다. 나도 동참해야 할 것만 같아 양말을 벗고 바다로 뛰어든다. 비록 무릎까지 적시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 지금 골드코스트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 순간 짜릿한 차가움 후에 느껴지는 이 상쾌함. 경사가 너무도 완만해서 10여미터를 들어가도 여전히 무릎이다. 360도 돌면서 사진도 찍고, 살짝 청바지가 물에 젖어도 이 정도 햇살 아래라면 금새 마를 듯 하다.
 파도 한가운데서 한장. 경사가 무척 완만해서 한 10여미터 들어간것같다. 밀려드는 파도때문에 어지럼증이... ㅎㅎ
이곳 호주의 모래는 한국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대륙 자체가 노년기에 접어든 지 한참 되었거니와 심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모래가 상당히 희고 곱다. 마치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다면 조금 과장일런지 몰라도, 보드럽게 흘러내리는 모래알갱이들의 느낌이 너무 곱다. 시간만 좀 더 많았었다면 하루를 묵으면서 해변에서 놀아도 될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인건 틀림이 없을 듯 하다. 내 일정에서 바다보는 것은 이것 말고도 많으니, 아쉬워 하지말고 어서 재촉하여 다음 행선지를 향하기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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