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ustrailia2007/01/02 17:53

프레이저 이스케입 백팩커즈. 오른쪽에 보이는 것들이 캐러반을 개조한 숙소.

호주의 날씨는 한국과는 무척 다르다. 남반구이므로 지금은 겨울이지만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서 늘 열대지방인 케언즈같은 지역도 있고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부는 멜번같은 도시도 있다. 허비베이는 위도상으로 북반구의 대만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지만 해가 떨어졌을때나 해가 있어도 그늘에 들어가게 되면 쌀쌀하다. 더군다나 이쪽 호주는 건물 냉난방에 대해서 우리 나라처럼 철저하지 않다. 한겨울에 방안에서 반팔을 입을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으리라.

간밤에 한기를 느껴 옷을 주섬 껴입고 잤던 기억이 난다. 눈을 떴을 때가 일곱시, 한국시간으로 치면 오전 6시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명종을 챙겨오긴 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그다지 필요는 없을 듯하다. 역시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한 것일까. 오늘은 오전부터 프레이저섬 투어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관계로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샤워를 하고선 짐을 챙겼다.

파랗고 청명한 저 하늘, 스모그에 찌들려 찌부둥한 하늘만 보던 경험뿐이던 내가 서울에서 이런 맑은 하늘을 본적이 1년에 몇번이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맑은 공기와 지저귀는 새소리들이 나의 코와 귀를 즐겁게 해준다. 가슴을 펴고 한껏 숨을 들이쉰 후 가방을 메어들었다.


한적하고 깨끗한 호주 소도시 허비베이의 전경. 저 도로 한가운데 드러눕고싶은 기분이 들었다면 좀 오버인가 -_-



"오늘 전 프레이저섬에 들어가요. 만나서 반가웠고, 좋은 여행하세요."
"잘 다녀와요. 거기 정말 환상적인 섬이에요."
"이건 한국 동전이에요. 기념으로 선물을 하는 겁니다."


왼쪽이 미키, 오른쪽이 제인.



백원짜리 세개씩을 받아든 미키와 제인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신 동전을 바라보며 즐거워 했다. 겨우 15센트 정도 밖에 안되는 가치이지만 그녀들이 언제 이 한국 동전을 만질 수 있을까.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한국을 알리는데 일조를 했다는 미미한 자부심이 느껴지긴 했다.
무수히 많은 짜증나는 일들, 얼토당토 않은 정치, 답답함으로 똘똘 뭉친 사회, 허겁지겁 앞도 안보고 달려가기만 하는 우리네 인생. 내가 한국인이라는게 부끄러운 적도 참 많았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막상 떠나보고 나니 그런것들 한동안 잊을 수 있어 좋고 아무튼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다지 한국인임이 부끄럽진 않는 것 같다. 하긴, 사회의 일원이었던 위치에서 한켠 멀리 떨어져 관망하는 지금 순간에 그런 너저분한 스트레스는 일절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여기 호주의 공기를 마시고, 낯선 사람들과 재미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진 시간들이 모자를지도 모를터이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버스가 숙소로 도착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하얀 2층버스가 내 눈앞에 정차한 후, 카우보이 모자에 반바지 차림의 멋진 콧수염을 기른 기사아저씨가 내린다.

"프레이저섬 투어 예약하신 분들 모두 오세요~!"

호주의 대부분의 투어는 운전기사가 가이드를 겸한다. 우리 투어 인솔에는 캡틴 캥거루라는 분이 해주셨는데, 프레이저 익스플로러 투어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실력있는 분이라고 한다. 내가 보았을 때도 그 콧수염에서 묻어나는 카리스마와 연륜이 다른 분들보다는 대단해 보인다. 약간은 오버하는 듯한 행동과 말투도 그다지 어설퍼 보이진 않았고, 오히려 그런 행동들이 우리를 재미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반 정도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몇군데 숙소에서 픽업을 더 거친 후 버스는 이내 프레이저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우리를 데려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또는 직접 4륜 지프를 이끌고 캠핑을 즐기기 위해 선착장에 대기중이다. 혹시 이곳에 한국인이 있지 않을까 잠시 둘러보았지만, 일본인인듯 한 사람 몇몇 외엔 다 서양인이다.

프레이저섬 투어는 대부분 2박 3일 4륜 지프 캠핑을 추천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이만도 122km인 세계 최고의 이 모래섬을 각지의 친구들과 직접 차를 몰면서 구경하며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그 재미가 1박2일 가이드 투어보다는 백배 재미있을 것이란 것은 자명한 일일테니 말이다. 비록 여정이 녹녹치 못해서 1박2일 투어로 만족해야 했지만, 혹시라도 넉넉하게 여행을 한다면 무조건 2박 3일 4륜 지프 캠핑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2층버스다!!


 

Posted by 달려라 Agent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