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정은 프레이저섬 동부 해안길을 따라 100마일을 올라가면서 칼라샌드, 난파선 등을 보는 코스이다. 평평한 모래사장이 넓고 길게 놓여있는 프레이저섬의 동부 해변은 자가용이나 버스는 물론이고 경비행기까지 이착륙을 할 수 있을만큼 단단하다. 넘실대는 파도도 골드코스트의 그것에 못지 않게 힘찬데, 날이 꽤 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낚시 하는 사람 몇 이외엔 이상하리만치 수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텔레파시가 통했을까. 열심히 운전을 하시던 캡틴 캥거루가 마이크를 켠다.

백사장을 질주하는 버스~!
"에, 우린 지금 프레이저섬의 동부 해안을 따라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것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말을 하긴 했는데, 역시 못알아들었다. 대충 나름대로의 변역을 해보면, 몇군데 괜찮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고, 그때마다 경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경비행기를 타고 프레이저섬을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거라는 내용인 듯 했다.

경비행기를 타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여기 해변에는 고래와 상어들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수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니까 운이 좋다면 고래를 볼 수도 있지요. 여러분들은 따로 고래투어를 참가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 저기 보이나요? 고래입니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버스는 이내 정차한 후 숨죽여 넘실대는 파도 사이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어디에 고래가 있단 말이지. 저긴가.
"저기다!"
누군가 짧게 소리치자 마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난 해변과 반대편 좌석에 앉아 있어서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태라 눈썹을 더 쫑긋 세우고 탐색하기 시작한다.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저긴가.
"저기에 또 있다!"
길게 숨구멍으로 바닷물을 뿜어대는 고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이내 물 속으로 사라진다. 진짜 고래를 봤다. 그것도 공짜로.
가운데 점 두개가 고래
매년 이맘때쯤 되면 남극대륙 부근에 살고 있던 고래 무리들은 좀 더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호주를 들른다고 한다. 이른바 중간 정착지쯤 되는 곳인데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서 웬만한 곳에서는 이 고래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무리들이 워낙에 많고 규칙적이어서 시드니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고래들의 이동모습을 관찰하는 '고래투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해놓았다. 고래나 돌고래들은 호기심이 무척 강해서, 배가 다니면 항상 주변으로 모여드는데,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면 호주에서는 관찰하고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잡아서 수산 시장에 파는 것을 즐긴다는 정도일까. 자그마한 밍크고래 한마리에 1억이나 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지만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그것을 지켜내려고 하는 이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따라오려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버스가 한시간 남짓 달렸을까. '칼라샌드'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칼라샌드는 8가지의 색으로 이루어진 모래바위인데 크게 절경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 무수히 쌓인 퇴적층의 겹겹을 바라보고 있자니 대륙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조금은 상기된다. 하지만 솔직히 절경은 아니다.
칼라샌드(Coloured Sand)
"비행기 타고싶은 사람, 얼른 저기 가서 타세요!"
갑자기 캡틴 캥거루가 우리를 향해 외친다. 여기까지 오면서 경비행기를 탈 기회가 이미 두번이 있었지만, 사실 계획에 없던 것에다 과연 60달러의 가치를 할까 싶기도 한 상태여서 갈등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미 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엑설런트'를 외치고 있었지만, 60달러가 저렴하다고 생각되진 않았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타고 싶은 사람, 얼른 타라지 않는가. 혹시 우리 캡틴 캥거루 아저씨가, 또는 필받은 경비행기 조종사가 5분정도 일종의 서비스를 우리에게 해주려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 페트릭 일당들, 냅다 달려가서 줄을 선다. 저녀석들, 아까 비싸다고 타기 싫다고 분명 말해놓고선 저기 달려가는걸 보니, 정말 공짜가 맞나보다 생각에 어느새 난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이야, 난생 처음 경비행기를 탄다. 

경비행기다!
부릉부릉, 흡사 강력 튜닝카의 엔진소리 마냥 푸들푸들 돌아가는 프로펠러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한다. 순간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 후에 창밖을 보니 어느 새 지나왔던 해변의 풍경이 대각선으로 보인다. 좌로 선회, 우로 선회, 급하강과 급상승을 거듭하는 경비행기 속에서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무조건 셔터를 눌러 제낀다. 
아, 이 짜릿한 느낌
마치 싱싱한 브로콜리 밭을 보는 듯한 프레이저 숲의 전경들과, 그 사이로 샛노란 드레싱을 해놓은 듯한 너른 모래 언덕들, 그리고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찰랑'하고 튕겨져 나올 것만 같은 깨끗한 호수들이 눈앞에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짜릿한 전율과 함께 이런 광경을 내가 또 언제 다시 볼까 하는 달콤한 감동이 밀려온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아무 것도 내겐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대형 점보기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었던 이 날렵한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내것으로 흡수하기 위해 의자에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고서는 이곳 저곳 무작위로 창문너머 셔터질을 해댄다.

브로콜리같아..
어느 새 비행기는 바다 한가운데로 우리를 내몰고는 회전비행을 한다. 내쪽 창문과 바다가 평행이 되어버렸다. 잠시 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심이 들었지만, 바다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들을 발견하고 눈을 내리 부릅뜨고는 바라보기 시작한다.
"돌고래다!"

돌고래 떼
한 무리의 돌고래들이 이리 저리 뭉쳐다니며 헤엄을 치고 있다. 아, 내가 왜 망원렌즈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후회를 함과 동시에 갑자기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빨라졌다. 찰칵 찰칵, 계속되는 선회 비행 속에서 한 마리라도 더 내 앵글에 집어넣기 위하여 몸을 비틀고는 그녀석들을 찍기 시작했다. 내 가슴팍에 무언가 동그랗고 시커먼 물체가 턱 하니 압박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그 검은 괴물체가 필사적으로 고래들을 보기 위해 내 쪽으로 몸을 당긴 옆자리의 노니였다는걸 알아챈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였다.
"잘타셨죠? 재미있었나요?"
"환상적이었어요!!!!"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들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소풍 나온 유치원생 마냥 이구동성으로 외쳐대었다.
"자 이제 수금합니다. 일인당 60달러씩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라, 공짜가 아니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던건가, 멋적게 지갑을 꺼내 들고서는 조심스레 조종사를 바라본다. 노니나 패트릭,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나와 얼추 비슷하다. 조종사의 능글맞은 상술에 조금 당황스러운 듯 지갑에서 지폐를 끄집어 내고는 쭈뼛쭈뼛 건네는 모습들이 다들 공짜 탑승인 줄 알고 있었나보다. 뭐 아무렴 어떠냐. 어차피 줄 돈이라면, 내가 언제 한국서 이런 멋진 경험을 할까 만족하며 기분 좋게 60달러를 꺼내어 기꺼이 준다. 식비를 조금 줄이던가, 현금서비스를 받던가 하지 하며 탑승료를 지불하고선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프레이저섬의 명물인 난파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탑승기념으로, 패트릭과 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