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ustrailia2007/01/02 18:02

지도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정오를 향해 가는 시드니의 거리 풍경은 이전 브리즈번이나 허비베이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무척 활기차다. 생수를 하나 사 들고는 오늘의 목적지를 지도를 펼쳐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고민하던 중 만난 시드니의 전차.



마켓시티 옆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 어느 도시에서든 차이나타운은 꼭 있게 마련이다.



오페라하우스를 오늘 가면 남은 날들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다른 곳을 물색해 보는데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어디를 들를까 고민 끝에 일단 서큘러 키로 나가보기로 한다. 도착해서 제일 빨리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는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움을 바다 위에서 느껴보도록 하자.



서큘러키. 넘쳐나는 관광객들과 예술가들로 뒤섞인 에너지가 넘쳐난다. 



낙첨된 곳은 바로 맨리. 서큘러 키에서 4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곳인데 그리 복잡하지 않은 시드니의 해변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쌉사름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거려 본다.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걸어 다니는 수많은 여행객들, 그들을 위해, 또는 그들 덕분에 살아가는 예술가 내지는 광대들, 그런 그들의 퍼포먼스와 연주에 박수치며 웃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알맞게 섞여 시끄럽게 흘러가는 서큘러키의 모습에 바로 이게 호주의 열정적인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여기 이 시간 이곳에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을 언제 내가 또 다시 만날 수 있겠나. 단지 그들과 한 곳에서 이런 즐거운 모습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운이며 행복이리라.




막 출발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서큘러 키의 전경.


아마 맨리로 가는 페리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이 관광객들일 것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갑판 위에 서서 저마다 지나가는 멋진 풍경들을 추억하기 위해 셔터를 눌러 대는데, 여간해서 좋은 자리가 아니면 좋은 사진을 찍어내기 힘들 듯 해서 일찌감치 포인트 한 군데를 찍어놓고 움직이지 않고 계속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맨리행 페리에서 바라본 오페라 하우스 - 감동 그 자체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오페라하우스. 지체할 시간도 없이 손은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고, 가슴으론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을 새기느라 정신이 없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



시드니 항만을 여유롭게 배회하고 있는 요트들.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어디를 배경으로 찍을까요?”

“오페라하우스를 왼쪽 뒷 배경으로 해서 찍어주세요.”

“그러죠. 자 하나, 둘, 셋”


무척 샤프하게 생긴 외국인이 나에게 부탁을 한다. 옆에는 자그마한 동양 여자분이 같이 서 있었는데 목에 걸고 있는 걸 보니 Wake Up! 출입증이 아닌가. 은근히 반갑다. 이따 한번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감사합니다.”

“뭘 이정도 가지고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네, 스위스에요.”

“아, 아름다운 나라죠. 옆에 분은 어디세요?”

“한국이에요.”


이런! 한국인이다. 긴가 민가 했더니, 역시 비슷한 동양인이라고 해도 한국인 같아 보였었는데…


“하핫, 그렇군요. 저도 한국인이에요.”

“오 그래요?”

“네, 여기 휴가 내고 배낭여행 왔어요. 오늘이 시드니 첫날이에요. 목에 걸고 있는게 Wake Up! 출입증이네요. 저도 거기 묵고 있는데…”

“와, 정말요?? 이런 우연이…”


반색하며 스위스 남자에게 열심히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녀의 이름은 윤정, 호주에 어학연수 차 들어와서 10개월 정도 머무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옆의 스위스 남자는 로버트라고 하는데, 같은 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로버트의 나이는 17세. 우리로 따지면 시퍼런 고등학생이다. 아무리 적게 봐도 20대 초반 정도일 듯 했는데, 역시 외국인들 나이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다.


“괜찮다면 맨리에서 같이 다녀도 될까요?”

“물론이죠.”


혼자 심심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아무래도 이렇게 묻어 돌아다니면 조금은 더 나을 듯 해서 소위 ‘꼽사리’를 부탁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 아까 사진 찍을 때 껴안는 모습이 왠지 연인 같아 보이는데 괜히 부탁해서 보릿자루 되는 건 아닐까 조금은 걱정스럽다.



맨리 - 해변으로 가는 CORSO 거리.


맨리에 도착한 후 여행자 센터에서 지도와 팜플렛을 몇 장 챙기고선 무리 속에 휩싸여 해변으로 나가는 Corso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여기도 골드코스트와 크게 다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하면, 해운대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주변에 걸어다니고 도로 양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각종 기념품 가게들과 음식점들, 그리고 곧 이어지는 해안도로 바깥으로 보이는 백사장. 은근히 기대를 하고 왔지만 무언가 새로운 느낌이 와 닿지는 않아 조금은 실망스럽다. 뭐,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해운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 된다는 반증이 아닐까. 단지 너무나 가까이 있고,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던 것이겠지.



맨리 비치 - 한가롭게 해변을 걷는 사람들


비치를 따라서 걷기 시작한다. 바닷바람에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백사장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한 켠에서는 서핑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쫄쫄이 부대들로 가득하다.


살짝, 윤정과 로버트의 두어 발자욱 뒤에서 걸어간다. 아무래도 점점 보릿자루가 되어가는 기분이지만 여기까지 함께 왔는데 따로 행동하기도 참 애매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고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긴다.



맨리 해안 끝의 암초무더기 부근에서 - 로버트와 윤정 (너무 다정한거 아냐??)


해안 끄트머리까지 다다르니 암초들로 가득하다. 로버트와 나야 남자이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진 않지만 윤정이 넘어다니는데 조금씩 곤란한가보다. 쉬엄쉬엄 그녀가 뒤쳐지지 않게 기다리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몸으로 느껴 본다. 언덕배기로 보이는 빌라들이 무척이나 고급스러워보인다. 아마 이곳도 시드니에서 부유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맨리 해안이 바로보이는 언덕배기의 고급 빌라들.


암초 끝으로 자그마한 동산이 보이고 바람이 꽤 거칠어진다. 시드니의 북쪽 끝지점인 North Head라는 곳으로 가는 길목인데, 눈으로 보기에도 꽤 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이미 윤정과 로버트는 헤드까지 올라가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다.



노쓰헤드 - 수평선 너머는 태즈매니아해와 남태평양이다.



좌측- 노쓰헤드에서 바라본 맨리비치 , 우측 - 노쓰헤드 바위 너머 보이는 수평선


20여분쯤 헐떡이며 올라갔을까. 커다란 바위너머 수평선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저 수평선 끝이 남태평양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갑자기 뚫리는 듯한 기분이다. 강한 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지만 모처럼 시원한 풍경이다. 아무 말 없이, 정성스럽게 앵글을 잡고서는 사진을 몇장 찍고 정오를 넘어가고 있는 햇살에 몸을 맡겨본다. 시원하고, 편안한 이 느낌. 기억에 꼭꼭 새겨놓고 한국으로 옮겨가야겠다. 감고 있는 두 눈꺼풀 사이로 문득 그 동안 잃어버렸던 열정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혼자 놀래서 깜빡 눈을 떠보니, 사방에 파란 바다가 나를 자극한다.





 

Posted by 달려라 Agent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