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ustrailia2007/01/02 17:43

1. 늦바람 불다.


몇년동안 비행기 기내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고로, 아니, 사실은 태어나서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 혹자는 내가 해외여행을 몇번 나갔다 온 사람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테고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거짓을 말했던 적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한번도 해외여행을 나가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작년 연말에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간게 전부이다.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왜 못갔었냐고 물어보면 답은 뻔하다. 돈이 없었거나, 시간이 없었거나. 젊고 어릴(?)땐 시간이 남아도 돈이 없었고, 나이가 들어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이 준비되면 시간이 없어졌다. 이런 걸 해외여행 딜레마라고 하던가.. 흠. --a 어쨌든 내 사주나 손금에도 해외 나갈 운이 이제까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는?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 사주대운이 미래에 대해서는 잘 못맞추더라. 누구나 그렇듯이..

근 3년 동안 여름휴가 한번 못써보고 회사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다보니 남은 건 뱃살이요. 느는 건 스트레스. 일은 점점 많아지고 집중도 안되던게 이제 그 한계에 다달았나 보더라. 자꾸 딴생각만 품게되고 이직을 해볼까. 몇달 쉬어볼까.. 다 때려치고 어학연수나 다녀올까...

도저히 이런 정신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을 한게 두어달 전이었고, 무얼 해야 리프레쉬를 확실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한지 한달쯤... 그동안 퍼지게 술도 마셔보고 카메라 렌즈도 구입해 보았고 PDA도 하나 사서 갖고 놀아봤지만 효과는 며칠 못갔다. 덕분에 카드값은 꾸역꾸역 늘어났고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졌지만 리프레쉬효과는 미미했다. (그돈 다 어디쓴겨 ㅠㅠ)

회사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나온 해외여행이야기.. 그땐 회사에서 해외출장 좀 보내달라는 그런 불만성 질문으로 자연스레 분위기 조성된거였지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회사돈은 커녕 내돈으로도 여행 못가본 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더라. 서른 두해, 참 힘들고 빡세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이만큼 나이 먹을 때까지 외국물 한번 안먹어봤다는 사실에,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 쳤었던가... 그래서 남은게 만족스럽냐. 하고 반문하게 되더라.

그래, 이번 기회에 그냥 확 떠나버리는거야. 경비? 카드가 있잖아! 11개월할부! 언제갈까? 길게 끌면 내 성격에 들뜨기만 할테고 얼른 결정해서 가버리는게 나을 것 같아 점심먹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몇군데 여행사이트를 물색해 보았다.

입문용 코스부터 럭셔리 디럭스패키지까지 수많은 상품들이 어서 질러보라고 날 꼬시는데 도무지 어디가 좋고 어디가 싼지 알게 뭐람.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그래도 주변에 갔다와 본 몇몇 직원들에게 '야 어디 좋냐?' 하고 물어본 결과 몇군데로 줄어들긴 했다. 그날 울 직원들 다 알 듯하다. 내가 오후동안 일 하나도 안하고 여행스케줄 고민했다는 사실을.. ㅡ.ㅡ

처음엔 별 생각없이 며칠 푹 쉬다올 곳을 물색해 보았다. 리프레쉬가 목적이었으니.. 20만9천원짜리 대만 1박 2일 에어팩을 시작으로 40만원대 홍콩팩 등 비교적 저렴한 값에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상품들이 꽤 있었다. 흐음... 이것도 쓸만하고 저것도 쓸만하군... 맘만 먹으면 쉽게 갔다올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네. 왜 이제서야 이런걸 보았나...하며 여기저기 이잡듯이 사이트를 뒤적거리다보니 슬슬 호기심은 증폭되고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간 큰 놈.. -_-;; 니 카드가 그리 한도가 높드냐!

결국 최종적으로 낙점된 목적지는 바로 시/드/니/였고, 그 때부터 난 시드니에 필이 꽃혀서 엠에센 대화명도 Oh! Sydney!로 바꿔놓고 방방 곡곡 여름휴가를 시드니로 간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게 되는데.. 막상 이래놓고 막판에 못가게 되면 무슨 낯으로 얼굴 들고 다니지? ㅠㅠ

Posted by 달려라 Agent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