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여행후기입니다. 사진과 함께 올라가는 글이므로 다음 업뎃이 언제 될지는 쥔장도 모릅니다.
아울러 꼴에 여행다녀와서 배운게 많아서 그런지, 문체까지 바뀝니다. 호호.
12시 30분 비행기였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여행 가는 첫날은 들떠서 잠이 일찍 깨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오전 8시에 눈이 떠졌고 그길로 어제 미리 싸놓은 가방을 챙겨들고 집을 나왔다.

- 나와 함께 공짜로 해외여행을 하게 된 녀석들이다.. (사실 이녀석들 없으면 여행이 안된다 -_-)
나이 서른이 넘어서 처음가는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런 두근두근대는 느낌은 아마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삶에 찌들려 살아야 했을까 하는 조심스런 반성을 짧게 한 후 이내 공항버스에 몸을 실은 난 며칠동안 못보게 될 한국의 풍경들에 살짝 미소를 전해준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아직 체크인 카운터는 오픈 조차 안했다. 탑승권이라도 받아야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있으련만.. 부근 KT부스에서 출국납부권과 전화카드를 하나 사 들고, 카운터 앞에서 기다린다. 거기엔 나와 같이 배낭 하나 가득 둘러 메고 부푼 가슴을 안고 떠나는 청춘들도, 몸집보다 큰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면서 걱정과 미련 속에 떠나는 유학생도, 모든 것이 새롭고 행복한 듯 신랑 품에 나긋이 기대어 연신 미소를 지어대는 새색시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 진정 인생의 행복을 찾아 떠나기는 나와 마찬가지이리라. 그들의 앞날에 축복을, 나의 앞길에 행운을.
일찍 온 보람이 없다.

"비상구 좌석도 괜찮으세요?"
원체 창가쪽 자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지라 긴 비행시간의 불편함 같은 건 별로 고려 대상이 되진 않았다. 자연히 늘 하던대로 창가쪽 좌석을 요구했는데, 대뜸 비상구쪽 좌석을 나에게 안겨준다. 이 자리가 다리가 무척 편하다고 들은 가락이 있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이야기 하고는 표를 받아 든다. 10일 예정의 해외 배낭여행 치고는 가방이 무척 간소하다. 책가방 사이즈의 백팩 하나와 보조가방 하나가 전부, 기내반입이 당연히 허용되는 크기라 짐을 잃어버릴 부담도, 클레임에서 집을 찾느라 기다릴 필요도 없어 발걸음이 가볍다. 첫번째 배낭여행 치고는 가방 하나는 잘 싼듯 싶다. 후에 이 작은 가방 속에서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마저 있었거늘..
첫번째 비행기는 싱가폴로 가는 직항편이 아니었다. 방콕을 1시간 경유해서 가는 항공편인데 그게 지금 나에게 무슨 걱정거리가 되랴. 제주도 넘어 어디에도 가 본적이 없는 나에겐 방콕의 공기를 한번쯤 마시게끔 배려해주는 싱가폴 항공의 처사가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 항상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게 그간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어한 이유이기도 했구나 하는 생각에 탑승구에서 기다리는 시간마저 여유롭기까지 하다.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탑승이 시작되었다.
발을 쭉 펴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 없다!

탑승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내 옆자리에 헐레벌떡 뛰어와 앉은 사람은 27세의 한국 여자분이었다. 많이 봐야 대학 초년생일듯 앳되어 보였던 그녀는 시드니에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나 보름정도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출발 시간을 탑승시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는 안전벨트를 맨다. 그런 그녀에게 시원한 생수 한잔을 가져다 주는 스튜어디스. 아마 싱가폴 전통복장을 응용한 듯 해보이는 제복이 재미있다.
카라가 없는 윈피스형식의 복장인데 처음엔 약간 어색했지만 나름대로의 멋을 전해주기엔 충분한 듯 하다. 그러고보면 우리네 스튜어디스 제복들은 그저 이쁘기만 하지 한국의 미를 보여주기에는 많이 미흡하지 않나 싶다. 한복을 입고 서비스하기엔 많이 불편한 이유에서일까, 아니면 한국의 미를 알리는 것에 너무 소흘한 것이 아닐까.
드디어, 출발이다.
한국, 잠시 안녕. 돌아올 때 쯤 난, 무척 달라져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