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ustrailia2007/01/02 17:49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은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국서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그런지, 김치까지 제공이 된다. 적어도 이 비행기엔 300명이 넘는 승객이 탑승해 있을텐데, 그 많은 기내식을 다 어디다 저장해 놓을까 하는 호기심이 잠시 들었지만, 사실 그것 외에 바깥으로 지나가는 구름과 바다와 자그마한 섬들도 나에겐 무한한 호기심이다.
제주생수와 종가집 김치를 곁들은 야채+생선+밥, 나름대로 먹을만 함

여기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는 곳이 대만이고, 저 아래쪽에 대만의 한 도시일 듯 한 곳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난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살던 곳의 하늘이 아닌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곳의 하늘을 지나고 있다. 오른쪽 목 언저리가 뻐근해 옴을 느낄 때까지 난 시선을 창에서 떼지 못했다.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니만큼 내 육체에 양해를 구하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GPS는 어느새 홍콩을 지나 필리핀을 지나가고 있음을 가리킨다.

좌석에 붙어있는 모니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자세히 보면 저 멀리 필리핀 섬들이 보인다.




5시간의 비행끝에 도착한 방콕 국제 공항. 비행기에서 나와 브릿지를 지나갈때 느꼈던 그 느낌은 '아, 여기는 정말 덥구나.' 였다. 태국이 아열대 지방이었던가. 더군다나 여긴 적도 부근에 지금은 6월이니 그 공기의 느낌은 과히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한증막 문을 열었을 때 처음 느끼는 그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과장될런지. 아무튼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고, 십여초간 짧은 경험뿐이었으니 이미 방콕을 다녀왔던 여행자들 앞에서는 내가 무어라고 묘사할 자격이 되지는 않을 듯 하다.


대체 뭐라고 읽어야 할지...


환승 통로를 지나가던 중 발견한 스모킹룸!
여행의 설레임에 내가 흡연자였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건만, 난 벌써 5시간동안 니코틴 충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갑을 피우는지라 이정도 시간이면 담배 생각이 절실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한 무리들과 들어간 스모킹룸. 아.. 여긴 스모킹룸이 아니라 너구리 소굴이다.

방콕 공항의 흡연실은 인천공항과는 달리 환기시설이 전혀 없다. 대여섯평 남짓하는 방에 달랑 소파와 재털이 뿐. 오랜 비행으로 담배생각이 절실한 승객들은 그에도 아랑곳 않고 그 연기 소굴에서 연신 충전에 바쁘고 물론 나 역시도 동참했다. 여기서 지나치면 언제 다시 담배를 물 수 있으랴. 그 연기속에서도 스피커는 제대로 작동한다. 무척 발음이 재미나는 태국어로 무어라 이야기 하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다. 잠시 영어도 들리기는 하지만, 동남아 영어의 발음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다들 익히 알 것이다. 참 재미있는 액센트인걸.


환승통로에서 바라본 방콕공항의 계류장



1시간의 경유 체류 시간은 금방이다. 탑승구에서 나와서, 환승통로를 지나쳐, 담배 한대를 피고, 다시 보안검사를 받으니 바로 탑승이다. 같은 비행기로 싱가폴로 가다보니 아까의 그 스튜어디스가 나를 보고 웃는다.

"again~"

살갑게 인사 한번 해주고선 내자리에 가 앉는다. 그리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익숙해 진듯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싱가폴까지 앞으로 1시간 30분이다. 어서 내가 호주땅을 밟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챈 듯 어느새 비행기의 속도는 시속 900킬로미터를 육박했고, 금새 싱가폴 창이 공항으로 나를 데려 왔다.

창이 공항에서도 환승시간은 한시간 정도였다. 분명 방콕공항에서 담배 두대를 피웠건만 이제 담배가 절실하다. 여기 창이 공항은 인천 국제공항과 그 규모가 비슷해보인다. 여기저기 물어서 제일 가까운 흡연장소를 가르쳐 달라니 중앙 2층 옥외 흡연실을 알려준다. 환승객들에게도 탑승구를 나오면서 보안검사를 해버린 관계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옥외 흡연실. 싱가폴 공기 역시 방콕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아니 지금 시간이 오후 9시 30분인데도 이렇다면 한낮엔 어떠하랴. 사실 예전엔 몰랐었지만 싱가폴의 위치는 적도와 아주 가까워 초여름의 습한 열대지방의 날씨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얼른 담배를 피고선 게이트로 다시 되돌아간다. 생각보단, 멀다.

싱가폴 창이 공항 옥외 흡연실에서 바라본 계류장. (여긴 진짜 덥고 습하다)



"빠쓰뽓"
"sorry?"
"빠쓰뽓"

게이트입구에서 입장하는 승객들에게 한마디 건네는 이 싱가폴 경찰의 말이 무엇인지 처음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빠쓰뽓'이 대체 뭐란 말이냐. 그러더니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여권을 가리키며 다시 '빠쓰뽓' 한다. 아! 패스폿. 거참 발음 한번 참 재미있다.

한국서 출발한 비행기만 해도 한국 승무원, 한국말 안내방송에 한국 승객들이 수두룩 했다. 그러나 이제 호주로 가는 이 비행편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듯 하다. 물론 어딘가 나처럼 생각하며 낯설어하는 한국인이 분명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대부분은 노랑머리 외국인들이다. 아, 저기 스튜어디스가 한국인이 아닐까하고 게슴츠레 눈을 뜨고 이름표를 열심히 확인해 보았건만, 아쉽게도 중국계인듯 하다. 허나 무척 한국인스럽다.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짧은 기내식 후 기내의 불이 꺼졌다. 이것은 푹 자라는 신호이었지만 어디 쉽게 잠이 오랴. 여섯 시간 후면 그토록 꿈에 그리던 호주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부풀대로 부푼 내 가슴은 어떡하라고.

새벽 4시쯤 되었을까..
이리 저리 뒤척이며 선잠으로 시간을 보낸 듯 했는데 아침식사가 한창 준비중이다. 좌표를 보니 어느새 내가 지금 호주 대륙 위를 날고 있다. 여기가 호주의 북쪽 다윈 부근이니까 앞으로 두시간 후면 목적지인 브리즈번에 도착한다. 두시간. 정말 두시간 후면 난 한국과 반대편에 있는 호주땅을 밟는다. 저 멀리 새로운 태양이 다시 뜰 준비를 하는 것이 보인다. 이제 두시간 후면. 난 내 평생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첫번째 태양을 맞이하리라.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호주대륙 위에서 맞이한 아침노을. 지평선 끝이 브리즈번 정도 될듯..


Posted by 달려라 Agent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