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 너머 호주 대륙이 어스름을 뚫고 새벽 햇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미 비행기는 착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브리즈번 공항 주변을 선회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마치 오직 나를 위해 하늘에서 처음 맞이 하는 호주 대륙을 하나하나 맛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맙다.
호주 대륙은 무척이나 평평하다. 간혹 동부해안가에 빅토리아 마운틴 등 2000미터가 넘는 산맥들이 즐비하지만 대체로 너무나 평평하여 심심하기까지 하다.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35배, 비행기로 동서를 횡단하는데 5시간, 남북에는 4시간이 걸릴 만큼 광활한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인구는 고작 천팔백만. 1인당 국민 소득이 한국의 약 2배. 엄청난 세월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지리적 여건으로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 등 수많은 희귀동물들의 서식지인 이곳 호주에 역사적인 첫 발자욱을 내딛을 시간이 도래했다. 사뿐히, 보드랍게 활주로에 안착한 비행기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게이트로 나를 인도한다. 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 드디어 호주에 도착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열흘 동안 호주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돌아가리라. 그래서 내 인생이 더욱 풍부해지고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아끼지 않고 근심하지 않도록 많은 것을 가져가리라.
정말 잘왔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별 탈 없이 입국 수속을 간단히 마친 후, 브리즈번 공항을 나오자마자 일단 담배 한대를 물었다. 여기 호주는 지금 겨울이니 많은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 차림이다. 출발할 때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기에, 이들의 시선에 내가 대단하게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아직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대로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입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린다. 허나 얼마못가 혼자 이방인 마냥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스스로 달갑지 않아, 나 역시 겉옷을 하나 꺼내어 입고 그들 속으로 동화된다. 최대한 이 사람들의 시선으로 지내 보기. 이것이 호주에서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일테니..
호주 브리즈번 공항 - 벽에 붙어있는 저 문양이 호주 전통문양이란다.
출발전에 한국에서 각종 정보와 여행계획표를 열심히 짜 놓았었다. 계획표에 의하면 오늘은 브리즈번 버스터미널로 가서 오전에 골드코스트 구경 후에 허비베이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또한, 오늘 일정이 내 여정 중에 가장 빡빡한 날이자, 여행의 첫번째 날이다. 오늘을 잘 보내야 남은 날들을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 자 먼저 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부분의 공항이 그러하듯 도심으로 나가는데는 무척 비용이 많이 든다. 일단 인포매이션 센터로 가서 버스터미널(트랜짓센터)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 물으니 시티트레인을 타라고 한다. 호주달러로 10$. 우리돈으로 8천원이니 역시 녹녹치 않다.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일단 처음이니 목적지 확인이 쉬운 전철을 타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일정중 전철 탈 기회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
브리즈번 전철역으로 가던 도중에 찰칵. 저때 느꼈던 신선한 공기 내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공항 전철역은 우리 지하철 1호선의 석수역정도 되는 플랫폼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게 있다면 좀 더 깨끗해 보였고, 각종 구조물들이 우리것들과는 조금씩 다르다. 원색적이고 예쁘장하며 깔끔하다고 할까.
공항을 나올 땐 쌀쌀한 기운으로 인해 미처 호주의 공기가 어떤지 깨닫지 못했지만, 여기 이곳, 정말 신선하다. 전철을 기다리면서 바라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호주의 풍광들은 한마디로 평화로웠다. 모든 것들이 새롭고 깨끗했기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정말 내가 호주에 있는 것이 맞구나 하는 그런 흐뭇한 미소.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호주의 전차. 자,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