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기나긴 미드포인트 씨즌이 끝났습니다!!!
몇가지 자잘하게 고칠부분이 있지만, 다행히 패스했고 이제 1주일동안의 봄방학이네요.
어젠 산타크루즈에 놀러갔었고, 오늘부터 3박4일동안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놀러갑니다~
한국 설악산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입죠.
푹 쉬고 다시 돌아와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ps.gov/yose/
1. San Francisco -> New York -> Boston -> Buffalo -> Niaguara -> Toronto -> Chicago -> San Francisco
2. Alaska Adventure3. Cancun, Mexico
4. Peru
5. Yosemite Tour6. Korea7. Just stay at home -_-
자, 일단은 3월16일 내 MPR(Mid Point Review) 를 무사히 마친다는 가정하에, 이번 봄방학때는 어딜 여행할까 하고 목적지를 고르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나도 안다. 지금 MPR준비 하나도(정말로 하나도...ㅠㅠ) 안해 놓고선 니가 여행계획 짜고 있을 때냐고...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쉴땐 쉬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변명하고 싶다. 놀러 가는것도 아니고(으응?? 3번은 그럼 빼자.. ) 여행이다 여행.. 견문을 넓히기 위한 거다. 음... 그럼 한국가는것도 빼고...
집에 있으면 견문을...??
최대한 쓸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니... 먼 곳으로 가긴 그렇고... 흠
가만있자.. 예산이...
후우... 좌절스럽군.
하여튼,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돈과 시간은 언제나 그들의 Nemesis이다.
어딜 가야할까나... 흠..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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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저기 길 좀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아, 저기 저희도 여행 온 거라… 근데 한번 보죠. 어디를 찾으시나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은 독일에서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갑자기 배낭에서 창문만한 지도를 꺼내어 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원한 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꽤 미안하다.
서큘러키에 도착하고서 록스 지역으로 올라가다가 문득 하버브릿지를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선 지도를 들고 따라왔는데, 지도엔 하버브릿지로 향하는 진입로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열심히 록스의 밤길을 헤메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들에게 달려왔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먼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해봐.” “음, 아마도 여기쯤 있는 거 같아. 아까 우리가 이 호텔에서부터 걸어왔잖아.” 둘은 엉뚱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길을 찾고 있다. 이들을 말려줘야 할까, 아니면 계속 지켜봐야 할까 껌뻑껌뻑 난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본다. 그러기를 몇 분,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소리를 친다. “길 잃었어요?” “아, 네 조금요.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 웃으면서 우리 무리로 다가온다. 살짝 바람에 풍기는 향수냄새에 고개를 들어봤더니 꽤 미인이다. (^^) “하버브릿지 위를 걸어보려 하는데 진입로를 못찾겠어요.” “아, 하버브릿지~ 제가 잘 알아요. 자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볼까요?” 역시나, 전혀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탐독중인 그녀. “음, 아마 우리가 여기쯤 있는 거 같아요. 지도상에는 하버브릿지로 올라가는 진입로가 표시가 안되어 있어서 조금 어렵네요.”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맞다면 저기 아래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될꺼에요. 혹시 샹그릴 라 호텔이라고 아세요? 거기 옆에 진입로가 있을꺼에요.” “아니야, 반대쪽으로 가야 해. 저쪽 길로 가면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 옆에서 다른 여자분이 거든다. “어머, 거짓말 하지마~. 얘는 여기 안 살아서 몰라요. 제 말만 믿으세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제 말이 법이에요~!” 무척이나, 분위기가 시트콤스럽긴 한데,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여행객들을 위해서 본인들의 시간을 충분히 소비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걸. “오케이, 정말 고마워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좋은 여행 되길 바랄께요.” ‘그래요. 고마웠어요~. 저기 독일 친구들도 고마웠고요. 여행 잘하세요~” “네, 굿바이~ 좋은 하루.” 꽤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원하는 답을 충분히 얻지는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대충 저기쯤 가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일단 아까 들은 샹그릴 라 호텔까지 내려오니 길이 두 갈래이다. 그녀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일러준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엔 전혀 반대쪽으로 가는 듯 하다. 다시 지도를 펼쳐 들고 열심히 탐독을 하고선 방향을 왼쪽으로 틀었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10여분 쯤 후에 진입로가 드디어 나타났다. 씨익~ 하고 입가에 웃음이 난다. 좋은 추억 하나가 추가된 느낌이다.
서큘러키나 시드니 중심가는 밤에도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이곳은 그나마 인적이 드물다. 록스에서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 아까의 그 일행 외에는 그다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본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입로 계단을 올라와보고 나니 역시 이곳도 관광지인지라 산책하는 사람이 꽤 많다. 안전봉을 들고 배회하는 경찰들과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들, 손을 꼭 잡고 걸어 다니는 연인들까지… 생각보다 하버브릿지의 진동은 상당했다. 자동차도로와 산책로와의 구분이 명확해서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이정도 진동이라면 삼각대로 멋진 사진을 찍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리 난간으로 고개를 돌리니 야경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오페라하우스가 보인다. 그 위로 하얀 보름달이 꼭 조명등 같다. 왜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밤의 하버브릿지 위헤서 꼭 오페라하우스를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반짝거리는 가로등과 자동차들, 항만을 가로지르는 페리들의 불빛이 너무나 낭만적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그 모습에 연신 ‘판타스틱’을 외친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선 난간에 기대어 셔터를 계속 누르기 바쁘다. 아, 이 멋진 풍경을 꼭 예쁘게 담아봐야지 하는 욕심에 그 흔들리는 다리 난간에서 앵글을 잡느라 분주하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한 듯, 연신 사람들이 지나가며 날 쳐다본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하버브릿지 위에 있었던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하버브릿지 끝까지 한번 걸어볼까 생각하고 올라온 것인데, 이제 겨우 반밖에 못지나온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록스로 내려온다. 몇 장의 야경 사진을 더 찍고서는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속에서 아까 찍은 사진을 리뷰하느라 바쁘다. 과연 얼마나 예쁘게 나왔을까, 은근히 기대가 된다. 숙소에 들어와서 짐 정리를 간단히 하고 리셉션으로 내려왔다. Wake Up! 의 리셉션은 가운데 티비가 있고, 티비를 중심으로 소파가 ㄷ 자로 위치하며, 티비 뒤로는 십여 대의 인터넷이 되는 PC들이 설치되어 있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몇몇 사람들은 인터넷을 하느라 정신 없고, 몇몇은 소파에 길게 뻗어 누워 테니스를 보고 있다. 벌써 아래층 펍에서 댄스곡들이 쿵쿵 울려댄다. 꽤 익숙한 멜로디인 듯해서 귀를 쫑긋 세워보니 Atomic Kitten의 Don’t you know다. “일찍 오셨네요.” “아, 방금 내려왔어요. 하버브릿지에 갔다 왔거든요.” “넹.” 낮에 봤던 윤정이 까만 블라우스를 입고 내려왔다. 흠, 레이스가 여기저기 달린걸 보니 나름대로 무대 의상인 듯 하다. 잠시 후 로버트도 도착한다. 일단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버트, 피곤하지 않아?” “음, 조금 피곤한 거 같긴 해.” 뭔가 재밌는 대화가 필요해.. “윤정씨, 그거 왜 피곤한지 내가 알려줄까요?” “어, 뭔데요?” “낮에 바닷가 갔다 왔잖아요. 바닷바람에 소금기 때문에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 삼투압 때문에 몸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요. 그래서 피곤한 거에요.” “와, 정말이에요? 말은 되는 거 같은데…” “그..글쎄요. 근거는 희박하죠. 뭐 제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어 본거에요. ㅋㅋ” “무슨 말을 하는지 나한테도 좀 가르쳐 줘요.” 로버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이걸 다 영어로 다시 설명해줘야 할텐데, 삼투압이 영어로 뭐였더라…음… 꽤 썰렁한 대화를 몇 번 더 나눈 후에, 펍으로 내려갔다. 토요일 밤이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펍타임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실내에는 당구치는 사람들 몇과 얼마 안되는 테이블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중인 사람들 정도이다. 호주 맥주인 빅토리안 비터 하나를 사 들고선 탁자에 앉아서 한 모금 넘겨본다. 쌉싸름한 느낌이 꽤 시원하다. DJ의 손놀림이 빨라졌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스테이지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 손에 여전히 맥주병을 들고서는 흐느적 흐느적 흔들어대는 모습이다. 홍대 클럽에 가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이정도 수준에서 몸만 흔들거리는게 얘네들의 춤문화이다. 외국 애들이 춤을 못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보니 상상 이상이다. 80년대에 유행했을 법한 브레이크 댄스를 조금 구사한다면 아마 이 스테이지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몸치였던 나도 그들과 어울려 흔들흔들 리듬에 몸을 맡기기 여념없다. 윤정은 그간 갈고 닦은 실력 때문인지, 탁월한 춤솜씨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나 역시 필을 받았는지 평소에 안하던 동작까지 구사하면서 뻘뻘 땀을 흘리고 있다. DJ는 세시간을 넘게 강한 비트의 팝송을 흘려 보내주고 잇다. 슬슬 술에 취해, 춤에 취해 사람들이 하나 둘 광란의 터널 속으로 빠져든다. 아차 그런데, 내가 30대라는 걸 잊고 있었나보다. 슬슬 몸 여기저기에서 삐거덕 삐거덕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봐, 몸주인. 넌 30대야, 무리하지마.’ “윤정씨, 헉헉. 아무래도 전 이제 올라가서 자야할 것 같아요. 허리가 아퍼요. 흑” “에구, 그래요. 잘 들어가구요. 좋은 꿈 꾸세요.” “네, 로버트도 안녕~” 땀에 흠뻑 절은 채, 조심스레 방으로 올라왔다. 아까 나오기 전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벌써 불은 꺼져 있고 다들 자기 침대로 들어가 자고 있다. 샤워를 할 기운도 없어, 그대로 몸울 매트리스에 눕혔다. 5일째 밤, 시드니의 첫날밤이 이렇게 땀 범벅 속에 흘러간다. |

◀ 노쓰헤드에서 내려오던 중-
노쓰 헤드에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평탄했다. 이것도 산행이라고, 우리 셋의 표정은 꽤 지쳐 보이는 듯 했고, 돌아오는 길은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어느새 오후 3시, 점심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기에, 코르소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케밥집이 맛있대요. 저도 들은 거지만…”
“그래요? 그럼 한번 먹어봐야지.”
한국에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맨리 코르소 거리에 케밥집이 두 군데 있는데, 둘 다 아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단, 양고기의 특유의 향이 싫은 사람은 비프 케밥이나 치킨 케밥을 주문하라는 조언까지 있었으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아깝지 않을까. 비프 케밥과 감자칩, 바닐라 콜라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하나 사고서는 벤치에 앉았다.
사실 태어나서 케밥을 처음 먹어보는 거라 이게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양은 성인남자가 먹을 만큼 충분했고 나름대로 한끼 식사용으로는 괜찮은 듯 싶다.
“아, 잘 먹었다.”
치킨 케밥 하나를 다 먹은 윤정이 내 제안에 보답한다. 다행이다. 추천해 준 메뉴가 맛이 별로이면 꽤 민망했을 테니…
맨리에서 다시 서큘러키로 들어가는 페리는 30분 마다 하나씩 있다. 방금 배가 떠났는지, 사람들은 별로 없다. 담배 한대를 피워 물면서 시드니의 첫날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해 본다.
“오늘 밤에 펍에 가서 한잔하지 않을래요? 맨날 혼자 가니까 심심하던데…”
윤정의 뜬금 없는 제안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 춤 못추는데…
“아, 우리 백패커스 지하에 있는 거기 말이에요??”
“네, 어때요?”
“음, 그래요. 한번 가보죠 뭐.”
“로버트, 같이 가. 내가 출입증을 빌려줄께. 난 이제 얼굴을 아니까 그냥 들어가도 괜찮아.”

맨리 비치의 모습
대부분 나라가 그러하듯이, 음주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보다 상당히 엄격하다. 호주와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술도 허가 받은 가게(보틀샵)에서만 팔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술을 마신다던가, 만취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벌금 내지는 바로 체포 당하기도 한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 수도 없거니와 미성년자가 펍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호주도 물론 예외가 아닌데, 만 20세 미만의 청소년은 절대 어떠한 경우에도 입장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당연히 편법이 있다.
우리가 묵는 숙소인 Wake Up! 에서는 미성년자를 받지 않는다. 즉 Wake Up!의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식으로 이곳에 숙박을 하는 투숙객이자 성인임을 간접적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건물 지하인 이 펍에서는 Wake Up! 의 출입증 소지 여부 만으로 이 사람이 성인인지 아닌지 간편하게 구분을 해낸다. 생각보다 단순한 판단방법인데, 적어도 그 펍에서는 출입증만 있으면 일단 무조건 성인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로버트는 이제 겨우 17세인 관계로 이런 편법을 쓰지 않으면 절대 펍에 입장할 수 없다. 혹시나 얼굴을 보고 들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듣자 하니 같은 서양인들끼리도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얼굴이 있다고 하며, 로버트의 얼굴이 바로 그런 얼굴이라고 한다. 하긴, 저 얼굴만으로 어떻게 17세의 풋풋한 소년임을 떠올릴 수 있을까. ? 행여 로버트가 이 글을 읽으러 오지는 않겠기에 이런 말을 쓰긴 하지만, 사실 로버트의 얼굴 정도면 웬만한 모델 뺨치는 수준급이라는 걸 밝힌다. 샤프한 눈매에 오똑한 코가 남자가 보기에도 무척 잘 생겼다! 절대 로버트의 외모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니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오해 없길 바랄 뿐이다.
“로버트, 혹시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에… 윤정에게 배우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는 굿 모닝 이라는 뜻이에요. 한번 해봐요.”
“아, 그거 알아요. ‘안냐세효!’”
“’안냐세효!’가 아니고 ‘안녕하세요!’”
“안뇨하…세이요!”
“하핫.”
역시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건 힘든가 보다. 발음법이 무척이나 다르니…
“어려워요. 대신에 일본어는 알아요. ‘오…오…오하…’”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유 갓 잇! 맞아요.”
“곤니찌와, 곰방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에 또 뭐가 있을까.”
신났다. 몇 개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알려주느라 침이 튀긴다.
“한국말은 정말 발음하기 힘들더라고요. 윤정에게 몇 개 배웠었는데 하나도 못 외우겠어요. 일본말은 조금 쉬운 거 같고…”
“윤정씨는 일본어 할 줄 아세요?”
“네, 일문과 나왔거든요. 흣.”
“헉!”
…
…
…
…

페리에서 바라본 맨리항구의 전경

서큘러키로 돌아가는길 - 로버트와 윤정

갑판에서 구경중인 사람들 - 실제로는 이 두배정도 되는 사람들이 갑판에 빽빽하다.

석양에 노랗게 물든 오페라 하우스 - 맨리에서 돌아오던 중.
서큘러키로 돌아가는 페리가 관광객 만선이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갑판에 수많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시드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정성스럽게 담느라 정신 없다. 윤정과 로버트는 지쳤는지 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느새 내가 여행을 떠난 지 5일, 호주에 도착한지 4일이나 되었다. 이제 슬슬 내 여행의 중반기에 돌입한다. 길지 않은 이곳 시드니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충분히 느끼고 가도록 하자. 모든 걸 다 보고 나면 다시 오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니…
윤정과 로버트는 버스를 탈 생각이 없나보다. 난 맨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들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며 연신 시드니 중심부의 고층빌딩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한참 걷다가 뒤돌아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나를 보며 웃는다. 괜히 멋적어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가도 그때 뿐이다. 어느새 난 한참 뒤에 쳐져서 사방 팔방의 빌딩들 모습을 찍느라 바쁘다.
시드니 도심의 고층건물들 - 이름은 모름 -

오스트렐리아 스퀘어 타워 - 1층 로비의 모습
로버트는 타운홀 부근의 백팩커스에 묵는 관계로 우리와 일찍 헤어졌다. 윤정도 PC방에 들르기 위해 잠시 후 나와 인사를 하고난 후 종종걸음을 치며 멀어져 간다.
“이따 9시 반에 리셉션 앞에서 봐요~”
“그래요. 이따 봐요~”
잠시 동안 다시 혼자이다. 허나 해가 점점 기울어가는 시드니의 도시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어색하지 않고, 이방인이라는 두려움도 점점 희석되어 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시드니의 도심 풍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시드니 도심 건물의 시계탑 - 오른쪽이 타운홀 시계탑
아직 약속시간이 되려면 꽤 많이 남았다. 원래 맨리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머무르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이 남은 자투리 시간 동안 무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서큘러키의 밤 풍경을 보러 가보기로 한다. 숙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다시 한 후, 겉옷을 걸치고 힘차게 걸어 나왔다.
"저기 혹시, 길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이럴수가! 웬 여행객이 나에게 길을 물어본다.
"아, 죄송해요. 저도 여행객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오,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이거 참 별일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 모습이 이제 여행자스럽지 않은걸까... 그래, 괜히 어리버리한 여행자 모습 보다는 이런 자신 있는 모습이 더 낫지 않을까? 제법 자신감이 붙는다. 걸음걸이도 무척 현지인스럽다. 처음으로 버스 번호를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탄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도 자연스럽다. 점점 시드니 시민이 되어가는 듯 한 착각이 든다.
.....나의 적응력이여.

시드니 버스 내부의 모습과 시드니의 밤거리 - YHA Central cross road.
지도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정오를 향해 가는 시드니의 거리 풍경은 이전 브리즈번이나 허비베이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무척 활기차다. 생수를 하나 사 들고는 오늘의 목적지를 지도를 펼쳐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고민하던 중 만난 시드니의 전차.

마켓시티 옆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 어느 도시에서든 차이나타운은 꼭 있게 마련이다.
오페라하우스를 오늘 가면 남은 날들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다른 곳을 물색해 보는데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어디를 들를까 고민 끝에 일단 서큘러 키로 나가보기로 한다. 도착해서 제일 빨리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는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움을 바다 위에서 느껴보도록 하자.

서큘러키. 넘쳐나는 관광객들과 예술가들로 뒤섞인 에너지가 넘쳐난다.
낙첨된 곳은 바로 맨리. 서큘러 키에서 4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곳인데 그리 복잡하지 않은 시드니의 해변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쌉사름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거려 본다.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걸어 다니는 수많은 여행객들, 그들을 위해, 또는 그들 덕분에 살아가는 예술가 내지는 광대들, 그런 그들의 퍼포먼스와 연주에 박수치며 웃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알맞게 섞여 시끄럽게 흘러가는 서큘러키의 모습에 바로 이게 호주의 열정적인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여기 이 시간 이곳에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을 언제 내가 또 다시 만날 수 있겠나. 단지 그들과 한 곳에서 이런 즐거운 모습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운이며 행복이리라.


막 출발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서큘러 키의 전경.
아마 맨리로 가는 페리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이 관광객들일 것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갑판 위에 서서 저마다 지나가는 멋진 풍경들을 추억하기 위해 셔터를 눌러 대는데, 여간해서 좋은 자리가 아니면 좋은 사진을 찍어내기 힘들 듯 해서 일찌감치 포인트 한 군데를 찍어놓고 움직이지 않고 계속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맨리행 페리에서 바라본 오페라 하우스 - 감동 그 자체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오페라하우스. 지체할 시간도 없이 손은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고, 가슴으론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을 새기느라 정신이 없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

시드니 항만을 여유롭게 배회하고 있는 요트들.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어디를 배경으로 찍을까요?”
“오페라하우스를 왼쪽 뒷 배경으로 해서 찍어주세요.”
“그러죠. 자 하나, 둘, 셋”
무척 샤프하게 생긴 외국인이 나에게 부탁을 한다. 옆에는 자그마한 동양 여자분이 같이 서 있었는데 목에 걸고 있는 걸 보니 Wake Up! 출입증이 아닌가. 은근히 반갑다. 이따 한번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감사합니다.”
“뭘 이정도 가지고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네, 스위스에요.”
“아, 아름다운 나라죠. 옆에 분은 어디세요?”
“한국이에요.”
이런! 한국인이다. 긴가 민가 했더니, 역시 비슷한 동양인이라고 해도 한국인 같아 보였었는데…
“하핫, 그렇군요. 저도 한국인이에요.”
“오 그래요?”
“네, 여기 휴가 내고 배낭여행 왔어요. 오늘이 시드니 첫날이에요. 목에 걸고 있는게 Wake Up! 출입증이네요. 저도 거기 묵고 있는데…”
“와, 정말요?? 이런 우연이…”
반색하며 스위스 남자에게 열심히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녀의 이름은 윤정, 호주에 어학연수 차 들어와서 10개월 정도 머무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옆의 스위스 남자는 로버트라고 하는데, 같은 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로버트의 나이는 17세. 우리로 따지면 시퍼런 고등학생이다. 아무리 적게 봐도 20대 초반 정도일 듯 했는데, 역시 외국인들 나이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다.
“괜찮다면 맨리에서 같이 다녀도 될까요?”
“물론이죠.”
혼자 심심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아무래도 이렇게 묻어 돌아다니면 조금은 더 나을 듯 해서 소위 ‘꼽사리’를 부탁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 아까 사진 찍을 때 껴안는 모습이 왠지 연인 같아 보이는데 괜히 부탁해서 보릿자루 되는 건 아닐까 조금은 걱정스럽다.

맨리 - 해변으로 가는 CORSO 거리.
맨리에 도착한 후 여행자 센터에서 지도와 팜플렛을 몇 장 챙기고선 무리 속에 휩싸여 해변으로 나가는 Corso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여기도 골드코스트와 크게 다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하면, 해운대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주변에 걸어다니고 도로 양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각종 기념품 가게들과 음식점들, 그리고 곧 이어지는 해안도로 바깥으로 보이는 백사장. 은근히 기대를 하고 왔지만 무언가 새로운 느낌이 와 닿지는 않아 조금은 실망스럽다. 뭐,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해운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 된다는 반증이 아닐까. 단지 너무나 가까이 있고,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던 것이겠지.

맨리 비치 - 한가롭게 해변을 걷는 사람들
비치를 따라서 걷기 시작한다. 바닷바람에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백사장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한 켠에서는 서핑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쫄쫄이 부대들로 가득하다.
살짝, 윤정과 로버트의 두어 발자욱 뒤에서 걸어간다. 아무래도 점점 보릿자루가 되어가는 기분이지만 여기까지 함께 왔는데 따로 행동하기도 참 애매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고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긴다.

맨리 해안 끝의 암초무더기 부근에서 - 로버트와 윤정 (너무 다정한거 아냐??)
해안 끄트머리까지 다다르니 암초들로 가득하다. 로버트와 나야 남자이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진 않지만 윤정이 넘어다니는데 조금씩 곤란한가보다. 쉬엄쉬엄 그녀가 뒤쳐지지 않게 기다리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몸으로 느껴 본다. 언덕배기로 보이는 빌라들이 무척이나 고급스러워보인다. 아마 이곳도 시드니에서 부유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맨리 해안이 바로보이는 언덕배기의 고급 빌라들.
암초 끝으로 자그마한 동산이 보이고 바람이 꽤 거칠어진다. 시드니의 북쪽 끝지점인 North Head라는 곳으로 가는 길목인데, 눈으로 보기에도 꽤 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이미 윤정과 로버트는 헤드까지 올라가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다.

노쓰헤드 - 수평선 너머는 태즈매니아해와 남태평양이다.

좌측- 노쓰헤드에서 바라본 맨리비치 , 우측 - 노쓰헤드 바위 너머 보이는 수평선
20여분쯤 헐떡이며 올라갔을까. 커다란 바위너머 수평선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저 수평선 끝이 남태평양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갑자기 뚫리는 듯한 기분이다. 강한 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지만 모처럼 시원한 풍경이다. 아무 말 없이, 정성스럽게 앵글을 잡고서는 사진을 몇장 찍고 정오를 넘어가고 있는 햇살에 몸을 맡겨본다. 시원하고, 편안한 이 느낌. 기억에 꼭꼭 새겨놓고 한국으로 옮겨가야겠다. 감고 있는 두 눈꺼풀 사이로 문득 그 동안 잃어버렸던 열정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혼자 놀래서 깜빡 눈을 떠보니, 사방에 파란 바다가 나를 자극한다.